2011. 5. 1. 23:4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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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29. 10:00

에피소드 #3 - 하루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밤이면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P군에게 자장가를 불러내라는 미션을 날렸드랬다. 그 주 주말, 사운드 프로그램을 붙들고 끙끙대던 P군은 윤상의 노래를 한 곡 녹음해 보냈다.

그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곤 하던 며칠이 지나고 엊그제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로부터 메일이 하나 도착해 있었다. 

다시 윤상의 곡, 그리고 차분히 이어간 몇 문자의 음성 편지. 살짝 감동한 마음을 자붓이 누르고 출근하는 길,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나는, P군과 출근하고 P군과 잠드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1. 4. 28. 11:09

기도하기

서열 1위 사촌오빠가 처음 위암 4기 진단을 받은 건 작년 1월 무렵이었다. 그 때 나는 이미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겪은 후였던 터라, 이종사촌들 가운데 서로 가장 친했던(나이 차이가 14살이나 나는데도) 오빠의 그런 소식은 나를 패닉으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오빠는 평소 건장했던 사람답게 수술을 무사히 이겨냈고, 힘겨운 항암치료도 견뎌낸 끝에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말을 듣게 해주었다. 다시 두 달이 지나고 맞은 정기 검진에서 종양이 다른 데로 전이되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이모들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고 사촌동생들을 챙겨 조언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던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밝아진 오빠의 얼굴을 보는 건 주위 사람들에게도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그의 투병은 다시 시작되었고, 우리는 다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여름이 고비일 거라는 의사의 말을 전하는 모친의 표정에서 나까지 숨이 막혔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기도하는 일 뿐이다. 터지려는 울먹임을 꾹꾹 누르며, 기도한다.  




덧: 하루에 두어명 찾아오는 게 전부인 블로그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구건 간에 함께 기도해준다면 고마울 거예요. :)  
2011. 4. 28. 08:52

에피소드 #2 - P군은 애플빠

제목에 무척 어울리게 P군은 애플에 대하여 과도한 팬심(!)을 갖고 있는 바... 애플의 거만한 對 소비자 정책에 불만이 많은 나는 그의 애플 사랑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1인 되시겠다. (그래 니가 좋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니 하는 정도의 심리랄까)

헌데, 핸드폰을 바꾸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 요즘 애플에서 아이폰 5가 출시될 거라는 소문들이 모락모락 솟아 오르고, 해외 출장(이라 쓰고 파견 혹은 귀양이라 읽는다)이 잦은 P군과의 연애생활에는 아이폰이 유용할 거라는 사탕발림(의 주인공은 물론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P군)에 넘어가고 말았다.

"아이폰 5가 나오면 P군이랑 함께 바꾸기로 했어요."
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P군의 절친한 후배 K군은 싱긋 웃으며 특유의 나긋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아, 그럼 대체 하나씨는 아이폰을 사시는 건가요, 아니면 사실 수 밖에 없게 된 건가요?"


..... 아마 후자인 것 같아요 K군...ㅠㅠㅠㅠ  
2011. 4. 26. 17: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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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26. 07:55

에피소드 #1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맞이한 밤, 그와의 통화.
통통통통,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를 내더니 무슨 소리게? 하고 묻길래 대답했다.
"배 두드리는 소리."
"....."



... 진짜 그럴줄은 몰랐지.  
2011. 4. 24. 21:01

네이트온 친구목록

상대가 나를 삭제하지 않으면 설정>프라이버시에서 내가 삭제하고 싶어도 삭제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아.
가끔 들어가서 확인해보는데 오늘도 여전히 그 버튼은 활성화되어있지 않더라.
이건 무척 널리 알려진 네이트온의 버그라고 하더군. ... 정책이래-_-; 


(어쨌든) 지워줬으면 좋겠어.
 
2011. 4. 22. 17:03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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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20. 10:23

먼지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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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10. 10:19

해장국 한 그릇이 필요한 시간의 끄적임

손발이 저리고 온몸의 혈관이 아프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벅벅 소리가 나도록 여기저기를 긁어대야 한다. 부은 얼굴을 동반한 속쓰림은 기본. 술을 조금 많이 마신 다음 날의 내 상태, 정확히는 지금의 내 꼴이다. 저린 손을 잠시 주물주물해서 피의 순환을 돕는다. 지금 내게 절실히 필요한 건 해장국 한 그릇.

 
(여기까지 써 놓고 가서 라면 한 사발 하고 온 김교주. )


나는 사무실에서 그는 집에서 출발해서 종로 3가의 5호선 열차 안에서 조우한 시각이 대략 오후 1시 40분.  우리에게 사실 별다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다. 서점에 들렀다가 삼청동에 가서 수제비를 먹고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자는 말을 미리 해두었을 뿐. 
돌이켜 보면 어제 그는 분명히 조금 이상했는데, 그걸 내가 대단치 않게 넘겨버린 건 그 전날의 투닥임이 앙금처럼 남아 있어서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주절주절 길게 말할 필요가 전혀 없겠다. 소설을 쓰려는 것도 아니고 일기를 쓰려는 것도 아니니까.

그의 학교 음악실 문을 열었을 때 거기에 그의 후배 수십명이 둘러 앉아 있을 줄 미리 알았더라면(안면이 있던 K군이 큰 결심 하셨습니다 라고 말한 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술자리가 새벽 2시까지 이어질 줄 미리 알았더라면(모친은 딱 한 번 어디냐는 문자를 보내셨고 내 위치를 파악하신 다음에는 그에게 모든 걸 일임하셨다. 이 무한신뢰는 대체 뭐냐고!), 내가 소주 한 병 반을 야금야금 마시게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었을까(꺅, 술병날 것 같아)?
 
지인들 사이에 끼어 있는 그는 분명 나와 단둘이 있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 의미로 즐겁고, 밝아 보였다. 그 행복함의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그의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맙고 나 또한 행복한 일인가. 비록 머리는 좀 아프고 몸은 노곤노곤하지만. 술자리의 막판에는 술집 구석 의자에 등을 기대고 정엽에 심취해서 꾸벅꾸벅 졸기는 했지만.

낯선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걸 크게 불편히 여기지 않는 성격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겠다. 기꺼이 부평에서 집까지 기사노릇하며 데려다 준 K군에게도(불사조군까지 집에 던져줬으니 두배 감사), 형수님 드립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 C군에게도. 그리고, 본인의 밴드 생활 10년 만에 처음으로 여자를 데려간 남자가 된(이 점을 너무 많은 사람이 인증해 줘서 오히려 좀 슬펐다-_-), 자랑스럽게 모두 앞에서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제 여자친구에요!"를 외친 불사조군에게는 와락 덥석 포옹 한번.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