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4. 11:02

일상은 소소하고 그대는 달달하고.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가 남긴 메시지에는 당혹함이 가득했다.

"너무 멀쩡하게 생긴 처자가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하며 걸어가고 있어."

"차였나부다."

"응, 정말로 그거 아니면 부모상을 생각하게 하는 통곡인걸."

"나 그거 종로에서 해봤는데. 그야말로 홍해를 경험함."

"실연?"

"아니, 그냥 슬퍼서. 괜히 우울해서. ㅋㅋㅋㅋ"

 

낄낄대며 털어놓고 나자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그가 물어왔다.

"자기야, 자기 안에는 무엇이 있어?"

 

뻘쭘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자기에 대한 사랑?"

해 가며 웃어넘기려는 내게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그 괴물은 자리를 비웠겠네?"

 

나는 그의 문학적 감수성에 새삼 감탄했다. 옆에 있었으면 뽀뽀를 해주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로 사랑스러운(!) 질문이었어.

 

 

 

함께 공원을 걷다가 꼭 누가 일부러 심은 것처럼 딱 한 줄기 뻗어나와 자라고 있는 들깨를 발견했다. 후두둑 흝어 그의 손바닥에 올려주며 '아직 좀 덜 익은 들깨.' 라고 설명했더니 신기해한다. '오오, 역시 부농의 따님.' 이라며.

 

언제나 일상은 이렇게 소소하고 나의 나이로비는 나날이 달달해진다.

싱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