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력하는 천재는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잡을 수 없는 족속의 사람이라서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그는 나에게 매일 편지를 쓰며 이 노래를 들었다고 했다. 윤상 뿐 아니라 W, 이승환을 반복해 들으며 그는 꾸준히 내게 편지를 썼다고 했다.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다가 쓰다 만 편지를 찾았다. 편지 속의 나는... 조울증 환자 같더라. 무슨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음악을 들으며 썼을 그 편지를 부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편지에는 수신인의 이름이 없었다.
새 종이를 펴고, 수신인의 이름을 적어넣고 편지를 쓴다. 여전히 윤상의 음악을 듣지는 않기로 한다. 대신 이번에는 마음의 짐을 많이 내려놓고서 평상심으로 편지를 쓸 수 있겠다.
모친께서 물으셨다. 계기가 뭐냐고.
"한결같음."
고개를 끄덕이시고 모친께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