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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울다.
hanaholic
2011. 3. 17. 09:45
이은미의 <소리를 걷다2> 앨범 수록곡.
우연히 방송에서 이 곡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는 그녀를 보는 순간 따귀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 한 소절, 반주도 없이 앉은 채로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이 내뱉은 그 한 소절에 이끌려 찾아낸 정녕 보석같은 곡.
그동안 잘 지냈나요. 먼저 와 기다렸어요.
꼭 다문 그대 입술이 왠지 오늘 더 슬퍼 보여.
무슨 일 있었나봐요. 초조해 숨이 막혀요.
떨리는 그대 눈빛에 자꾸 눈물이 흘러내려요.
이미 나는 알고 있어요. 어떤 말을 하려 하는지.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대가 잘못한 게 아녜요.
사랑 하나로 그 모든 비난을 이길 순 없겠죠. 안되겠죠.
꿈은 여기까지죠. 그동안 행복했어요.
꽃잎이 흩날리네요.
헤어지기엔 아름답죠. 그렇죠.
이미 나는 알고 있어요. 어떤 말을 하려 하는지.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대가 잘못한 게 아녜요.
사랑 하나로 그 모든 비난을 이길 순 없겠죠. 안되겠죠.
괜찮아, 울지 말아요. 우리가 잘못한 게 아녜요.
대답해봐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말 따위 믿지 마요.
꿈은 오늘까지죠.
운명에 우릴 맡겨요.
꽃잎이 흩날리네요.
내 사랑 그대....
이제 나를 떠나가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노래 속의 그녀는 이별을 통보받을 준비를 한 채 자신의 연인에게 울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데, 지금의 나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노랫말인데, 그 위로 아닌 위로가 심장을 찌르고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전곡을 처음 들은 건 불행히도 지하철이었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괜히 가방을 뒤적였다.
그래, 운명에 우리를 맡겨보자. 그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