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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의 즐거움

hanaholic 2011. 2. 12. 10:41
모처럼의 술이었다. 다들 사는 데가 고만고만해서 집 근처 오뎅바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다가 한국어 표현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로 올라왔다.

"색깔만 해도 봐. 파란색이면 그냥 파란색이지 푸르딩딩하다 퍼렇다 시퍼렇다, 이런 것들을 번역을 어떻게 하냐고. 그래서 한국 문학이 세계 문단에서 상을 못 받는대."
작년 4월에 처음 얼굴을 본 이후 두번째로 만난 C군의 말에 다들 키득였다. 술잔을 한 번 부딪히고 잔을 비운 다음 전공 수업에서의 기억을 되살려 설명했었다.

"그런데 그건 한국어의 색채 표현이 그렇다는 거고... 언어마다 다양성을 갖는 분야가 좀 다르대."

여덟 개의 눈에 물음표가 떠서 나를 찔렀고, 나는 머쓱해져서 덧붙였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에스키모 언어에는 눈(雪)을 뜻하는 단어가 수십 가지래."

여덟 개의 물음표가 여덟 개의 느낌표로 바뀌고 녀석들은 내가 국문학 전공자였음을 떠올린 다음 한 방에 네 사람을 이해시킨 내 설명에 흡족해 해줬다. 



훗. 으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