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holic 2011. 2. 11. 08:55
종로 3가 지하철 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수트와 넥타이 차림으로 사회 초년병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녀석이 서 있었다. 자박자박 다가가 H를 올려다보고 나는 물었다.
"우리 뭐 먹지?"
"누나!! 우리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거란 말야!"
웃음을 터뜨리며 H가 외쳤다. 내가 이래서 누나를 안 좋아할래야 안 좋아할 수가 없어. 2년만에 만나서 첫마디가 그거라니!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둘 다 학부생이었다. 스물 여섯, 스물 둘이었던 그 때는 만나면 항상 책과 학교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제 그로부터 5년을 지낸 지금은 각각의 회사와 책 이야기를 하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우리는 다시 웃었다.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나이를 이렇게 먹어가는 거구나. 

"음. 꽤 괜찮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만나겠지."
"에이 아니지. 누구나 그럴 때 있잖아. 확신 없는 상태에서 망설이면서 만나는 경우."
"누나가 그럴 것 같지는 않아."
"그거 칭찬이냐!"
내가 그런 캐릭터였나, 웃으면서도 갸웃했었다.


패션에서도 포인트는 한 군데면 족하지. 아주 댄디한 차림을 하고 딱 한 군데 독특한 아이템으로 방점을 찍어야 그게 멋진거지, 포인트만 백만 군데면 그게 패션이야? .... 너 이 자식, 넌 너무 날 잘 알아. 역시 넌 아무한테나 주기 아까워. 


헤어지며,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니 조금만 더 자주 보자는 인삿말을 들었다. 내 어깨를 툭 두들기고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워. 꼭 어제 만난 사람처럼 대할 수 있는 사이라서. 이게 얼마만이야 따위의 수선을 부리지 않아도 충분한 사이라서.